퇴 임 인 사
사랑하는 선후배 동료 여러분!
먼저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저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선배님들의 퇴임식에서 힘차게 축하 박수를 쳐 드리던 일들이 엊그제 같은데....
청운의 꿈을 안고 88년 4월 장유농협에 입사하여 한림, 진례, 대동을 기착지로 하여 大진영농협을 끝으로 32년 9개월의 기나 긴 농협호 항해를 무사히 마친 후 드디어 닻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보니 지나온 시간들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오버랩 되어 스쳐 지나갑니다. 어느 장면은 우울한 흑백으로, 또 어느 시기는 나름 화려(?)했던 시절을 자랑하듯 컬러풀한 영상으로...^^
돌이켜보면,
지장(智將)도, 용장(勇將)도, 덕장(德將)도 못되면서 모든 면을 갖추려고 만용을 부렸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퇴직에 즈음해서야 알게 되다니 참 어리석지요.
그런 과정에서 때로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었고, 저의 가슴이 그리고 동료들의 가슴을 시리게 했던 적도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제규정을 준수하며 생활하는 모범직원이 아니었음을, 똑바로 눈 뜨고 목소리를 내야함에도 눈 감고 침묵한 적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농업인 실익증진을 위해 조합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함에 있어서는 매순간 진심이었고 최선을 다하려 했었음을 강변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큰 대과(大過) 없이 이렇게 ‘정년퇴임’이라는 영예를 안고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의 볼품없고 작은 그릇을 반짝이고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기꺼이 같이 보듬어 주신 선후배 동료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이제 며칠 지나면 인력관리 및 조직도 시스템에서 사라질 존재로, 그동안 농협이라는 조직 울타리가 얼마나 고마웠던가를 뼈저리게 경험하게 될 터이지요.
하여 그동안 스스로에게 씌었던 경주마의 안대를 풀고 나면, 새로운 것을 보게 되는 경이로움 보다는 낯선 두려움에 행여나 움츠려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고 세월이 알려 준 지혜와 농협에서의 소중한 경험들을 되살려 이 사회와 조직에 쓰임새 있도록 멋진 퍼즐을 맞춰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짧게 또는 긴 시간 동안,
가까이 또는 멀리에서 저와 동고동락(同苦同樂)을 같이 했던 선후배동료 여러분!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같이 걸음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에게서 받은 사랑,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2월
진영농협 김 0 0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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