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샘터찬물, 선연히 그려지는 언손

ebond 2020. 3. 8. 22:10

보낸날짜 : 2019-11-27 13:12:59
제목 : 샘터찬물, 선연히 그려지는 언손


 

1.

샘터찬물이라 쓴 글씨가 다만 거실에 걸려 있기만 하더니,

찬 바람불어 제법 쌀쌀해지면서 그 옛날 샘터 찬물에 손담그고

빨래하던 어머님의 수고가, 그 시린 언손이 선연히 그려집니다.

 

누군가의 수고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오래되어 잊혀진다고 해서, 그 날의 수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님을 배웁니다

산다는 것은 수 많은 사람들로부터 빚지고 사는 것임을 배웁니다.

 

 

2.

찬바람이, 찬겨울이 가르치는 것은

다만 두터운 외투의 필요,

세운 옷깃의 맵시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 찬겨울인 까닭은

고마운 사람들의 따뜻한 언어와 체온을 실감하게 하는

하늘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3.

우리는 저마다의 대지에,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두발로 서서, 저마다의 중력을 이겨내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살아내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고

산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지만,

 살아내겠지요. 건승을 빕니다

 

 

4.

태양볕 한줌 제대로 닿지 않을 것 같은 머나먼 해왕성에는

상상으로 상상할 수 없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밤낮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이오의 곁에는

온통 얼어붙은 겨울왕국 유로파가 있습니다.

 

남들은 이해못할 삶의 이유로, 삶의 행복으로

우리는 서로 잘 지내고 있음을 믿기로 합니다.

 

 

5.   

승진을 앞둔 분들, 영전을 앞둔 분들

모두 모두 좋은 소식 있으시길 빕니다.

 

카이퍼벨트 끝자락에는 볕이 잘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희망찬 새해는 또 습관처럼 밝아오겠지요.

 

고마운 일들에 대한 감사를 여기에 적어 두며,

난필의 광기, 공감의 결핍. 이만 각필합니다.

 

 

 

2019.11.27

 

겨울이 시작되는

원당골연수원에서

 

정준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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