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이름몰라 이름없는 소행성에

ebond 2020. 3. 8. 22:06

보낸날짜 : 2019-04-03 17:57:12
제목 : [안부] 이름몰라 이름없는 소행성에


#1.

 

사계절의 여러 이름 중에서

봄이 유난히 특별한 까닭은

추운 겨울을 이겨낸 생명만이

찬란히 꽃을 피우고, 잎을 틔우는

생명예찬의 해피엔딩을

우리가 사랑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 2.

"나는 당신을 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전 세계 흥행 1위의

대기록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영화 '아바타'에는 '나비족'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인사 나눌 때, 사랑한다고 고백할 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만남과 관계맺음의 시작은 이처럼

상대방을 바로보는 것입니다.

 

풀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봄,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는 봄,

그 오래되고, 자세한 봄이 빚어내는

만남의 관계맺음이 일상의 곳곳에서,

봄날의 들꽃처럼 피어나길 빕니다.

 

 

# 3.

교육을 또 시작했습니다.

'가르치고 기른다'는 의미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꺼이 자기를 낮추어

배움을 청하는 분들에게

과연 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책 속의 글자를 목소리로 전달하기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 보는 성찰의 봄을 꿈꾸게 됩니다.

 

 

# 4.

우리는 서로 잘 지내고 있음을 믿기로 합니다.

 

이 한 줄의 인사를 나는 좋아합니다.

우리는 어차피 저마다의 대지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어깨에 지워진

중력을 견디면서, 저마다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쁘고 힘든 하루를 정직하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축복처럼, 은총처럼 좋은 하루하루가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저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때때로,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마주하게 되면,

굳이 서로 잘 지내고 있음을 믿기로 언약하지 않아도 좋을,

눈으로 목격하고, 저마다의 하루에 증인이 되었던

그 때로, 그 날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 오래된 추억의, 기억의 조우는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술 취한 친구와 집에 가며 나누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교육온 분이 함께 사진 찍자고 청하던 이유가 그렇습니다.

별모양 메모지 속에 적혀 있던 몇 글자 마법의 주문이 그렇습니다.

일산의 행사장에서 잠시 만났던 어린기자와의 악수가 그렇습니다.

 


# 5.

따뜻한 햇살 한줌, 바람 한올 기대하기 힘든

태양계의 카이퍼벨트 끝자락에도  

이름몰라 이름없는 소행성들이 가득하겠지요.

 

추억의 조우,

기억의 연대에 감사드립니다.

이름몰라 이름없는 소행성에 볕드는 순간같습니다.

 

 

# 6.

우리는 서로 잘 지내고 있음을 믿기로 합니다.

 

 

봄날의 원당골연수원에서

정준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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