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ebond 2020. 3. 8. 22:02

보낸사람 : 정준호 (농협이념중앙교육원)
받는사람 : 김영수 (김해농협 외동지점)
보낸날짜 : 2019-02-21 09:38:13
제목 : [안부]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Movie &Move #1.증인]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1.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4.19 세대가 아닌 나는,

그 시의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그 세대의 자식인 나는,

이미 그 시 속의 인물이 되어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하던 세월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삼천리 화려강산의

을숙도에서는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각기 자기자리에 앉아,

주저 않아,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2.

자폐소녀 지우의 이야기입니다.

변호사 순호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지우의 증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외피일뿐,

지우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순호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현상 너머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좋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3.

동화같은 영화

우화같은 영화

죽비같은 영화

 

그래서

좋은 사람에 대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4.

친구는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나를 이용하고,

엄마는 항상 화난 얼굴이지만 나를 사랑해요.

당신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

 

이 묵직한 질문이 소통에 대한

나의 생각을 되묻게 해 주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기분나쁘지 않게 이용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믿는

어린 새의 깃털보다 가벼운 관계의 세상에서

이 묵직한 질문이 갖는 의미를 헤아리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다만,

누군가에게는 적어도

웃는 얼굴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5.

유각양춘,

행림회춘.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대신,

이 경구 저절로 떠올리게 됩니다.

 

발달린 봄볕처럼 따사로운 사람이 되어,

관계의 숲에 살구꽃이 만발하길 바랍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그 이야기 자주 들려주었는데,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속 지우의 대사가

칼끝이 되어 차가운 심장을 찌르고,

칼날이 되어 굳은 가슴을 벱니다.

 

 

나는 이미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자리에 앉아,

주저앉아

영화나 보고 있지만,

그래도

이 성찰이, 이 부끄러움이,

나를 조금은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자양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6.

저마다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대지에 서서,

저마다의 중력을 이겨내며,

감동같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의 건승을 빕니다.

 

 

7.

우리는 서로

잘 지내고 있음을

믿기로 합니다.

 

오래된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새봄이 시작되는

원당골연수원에서

 

정준호 함께 



정준호교수님!

 

기해년"새해"

새해가 밝았는지도 두달여가 다 되어 갑니다.

세월은 유수와도 같다는 선인들의 말... 오십줄이 넘어 새삼 가슴팍에 아리게 와 닿습니다.

모든 후회는 언제나 늦다는 말... 명심해야 겠습니다

 

"증인"

영화는 보지 않았으나, 말씀하신 시퀀스에 의해 어떠한 영화인지 느낌하는 이 느낌적인 느낌...

꼭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사람

관계와 관계 속 많은 사람들을 만나나, 겨울 날 아침 조조영화를 보고 난 후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마냥 

쌀쌀한 풍경의 일부로 느껴질 뿐, 온기를 가진 진짜 사람느낌은 아니 나더군요.

 

당신은 좋은사람입니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편함도 감수하고...

잘해준 것, 도와준 것, 감내한 것들을 내세우고, 적당히 생색도 낼 줄도 알아야 하는 계산된 관계 속.....

정교수님은 제게 늘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는 한결 같은 사람입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2019.2.21.

금바다에서 김영수 드립니다.



'너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지않고 일만하면   (0) 2020.03.08
이름몰라 이름없는 소행성에  (0) 2020.03.08
시간의 파훼  (0) 2020.03.08
페르소나 보다는 민낯을   (0) 2020.03.08
우리 모두의 귀환  (0) 202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