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자그마한 마당이 있습니다.
요즘 들어 비가 자주 내려서인지 맑은 날 바라다 보니 잔디 및 풀들이 많이 자라나 있습니다.
하여 지난 주말 하오 울 마눌님이 마당에 풀 제거 및 잔디를 깍아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울 마눌님의 성격이 말을 하였는데 즉각 실시를 안하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 버리는 스탈~인지라
나른하고 노곤해진 몸을 일으켜 세워 전지가위를 들고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혹 그렇담 안하면 되지 하시는 분들도 있을까봐 말씀 드리는데...
결혼하신 남자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럴 경우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은 잔소리를
하루 종일 감내할 수 있을 든든한 맷집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그러하겠지요. ^^;
또한 실상 울 마눌님이 허리 수술로 인해 몸이 그닥 좋은 상태가 아닌지라...에궁
세삼스레 마당의 풀들과 나무들을 자세히 바라다 보며, 쓰다 듬어도 보았습니다.
이름모를 야생화의 아주 쬐끄만 꽃들과 푸르른 잎새들...
테라스에 뿌리를 붙이고 길게 자라 나온 모양새가 다른 각각의 아이비들...
한참을 바라다 보다 전지가위로 마당의 잡초들과 잔디를 싹둑싹둑 자르기 시작 하였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자르고 들어가는데 구석에 자리한 소나무 주변으로
사랑초 및 박하가 자그마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마눌님은 마당에 난 잡초 및 풀들을 모조리 뽑고 베 버리라고 당부를 했는데, 차마 베 버리질 못하겠더군요.
비웃으실지는 몰라도 제가 그 풀과 꽃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차마 마음이 아파 못 베어버리겠더군요.
하여 그 부분들은 놔 두고 들어 왔었는데, 점검(?) 갔다 들어 온 울 마눌님.
전지가위와 호미를 들고 씩씩거리고 나가는 겁니다.
한시간여 뒤 제가 담배 한대를 피우러 마당에 나가 보았는데, 마당의 풀들이 초토화 되어 있는 것입니다.
잔디도 제가 삼부로 잘라 놓았다면 아예 이부머리로 만들어 놓았고,
잔디를 제외한 모든 풀과 꽃들은 싹둑 잘리워지고 뽑혀져 나간 것입니다.
마눌님이 좋아하는 식물과 나무들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아이비, 마삭, 남천, 능수화, 트리얀, 속새, 연꽃, 수련 등...
음식을 편식하는 사람들은 많이 봐 왔지만,
울 마눌님을 보며 식물과 나무들을 좋아하는 사람도 편애라는게 있는 걸 알게 되었죠.
적어도 전 예전에 이리 생각 하였죠.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동물들도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든 꽃을 좋아하고...
사람 좋은 사람은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근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아니 하더군요... 제가 순진한건지... 우매한건지...헐
마눌님은 대체적으로 꽃을 싫어 합니다.
뭐~ 저한테 얘기하는 이유는 꽃이 질 때의 모습이 너무 싫어서라고 하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에는 쪼매 빈약하죠... ^^;
사람이던 식물이던 동물이던 제 각기 태어난 이유, 살아갈 이유가 있을지언데
사람들의 어떠한 개인적 가치관에 의한 호불호에 의해...
아님 취향(변경)으로 인해 버림 받고 버림 해야 하는지...
한번씩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 사랑합시다. 한번도 상처 받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 공생합시다. 이 땅은 우리 사람들만의 공간은 아니기에...
대상이 사람이던 사물이던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이 있고,
그것에 대해 편견과 편애가 없는 순수한 사랑을 가질 때 우린 순수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2009.7.16 ebond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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