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억새는 속으로 속으로
꿈틀거리는 무엇이 있다고 했다.
뒷모습을 보이는 그런 어느 늦은 가을날
억새는 그의 온몸이 햇살로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사랑도 질투도 아닌 것
억새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숨겨진
욕망이었음을
까맣게 몰랐다.
햇살이 뿌연 정액처럼 흩뿌려질 때도
억새는 차마
제 욕망을 바람에 싣지 못했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애써 욕망을 누르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가 울음이라면
억새는 풀어헤칠 수 없는 억센 욕망이었다.
산은 넘어 돌아오지만 선은 넘어 돌아올 수 없는 것.
그날 우리가 넘은 것은 산이었던가? 선이었던가?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
'아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남농협발전상생 방안 (0) | 2010.05.25 |
---|---|
정선생님 너무 늦게 인사 드립니다. (0) | 2010.01.06 |
조합 3급 팀리더십과정 과제 (0) | 2009.09.23 |
"두레"를 추억하며... (0) | 2009.09.01 |
기왕증이 있는 상태에서의 장해, 장해보험금 (0) | 2009.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