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준이치-실락원의 작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두 남녀의 치열한 사랑을 그린 소설이자 영화화되어 일본 열도를 사랑으로 침몰시킨 작품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소설이자 영화, "사랑의 유형지"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도 사랑의 비극적인 끝을 보여줍니다. 불륜이기 때문에 결말이 이렇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너무나 치열한 사랑이었다고 느꼈을 뿐입니다..
무라오 키쿠지는 10년 째 글을 쓰지 못하는 "전직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광팬을 자처하는 주부 이리에 후유카를 만납니다. 키쿠지가 후유카를 만나는 장면은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어느 사찰에서 지나가는 승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다가 후유카가 앵글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키쿠지는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이미 사랑이 시작되어 버렸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사랑에 빠진 적이 없는 사람만 빼고..
자신의 첫 번째 책을 들고온 후유카에게 사인을 했던 키쿠지는 상당히 "작가적"인 작업을 겁니다. 두 번째 책도 당신이 간직해줬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냅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 두 남녀는 격렬한 키스를 나눕니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에서 두 사람은 선을 넘어버립니다. 그리고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아이를 셋을 낳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쾌락을 얻은 후유카는 점점 키쿠지에게 빠져듭니다. 여자에게만 사랑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남자도 그러합니다. 두 사람은 쾌락을 나누는 것보다 앞서 인간을 나눕니다.
사랑은 분명히 공유입니다. (여기서 "공유"는 잘 생긴 배우 "공유"가 아닙니다ㅋㅋ)
나누어야 할 것이 많아지고 공유해야 할 것이 많아지면 소유와 집착의 개념이 흔들립니다. 개념 탑재가 어려워지면 지도를 떠날 것인지 지구를 떠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후유카는 키쿠지에게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사랑이 어디까지 달려갈 수 있는지 목적지가 불투명해진 탓입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여주세요."
후유카는 이미 죽음을 결심했습니다. 남편과 세 아이를 남겨두고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친정 어머니를 부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엄마로서 최후의 식탁을 차립니다. 배웅 나오는 막내딸을 한참동안 껴안습니다. 걱정에 가득찬 친정엄마를 뒤로하고 후유카는 달려나갑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살해 당하기로 합니다. 키쿠지와의 격렬한 정사 중에 후유카는 목을 졸라 달라고 끝없이 요청합니다. 그리고 죽습니다..
검사 오리베 미유키는 부장 검사와 사랑에 빠져있습니다. 부장 검사는 황당하게도 미유키에게 "후유카 살인사건"을 맡깁니다.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하겠다는 속셈이었지만, 실패했습니다. 사랑의 진정성이 얼마나 섬세하고 얼마나 치명적인지 부장 검사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는 보통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미유키는 키쿠지가 의도적으로 후유카를 죽였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지만, 실패합니다. 그녀는 후유카만큼 치열한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후유카보다 가진 것이 많았기에 그 "치명적 건널목"을 건너가지 못했을 뿐입니다.
"당신은 죽을만큼 한 남자를 사랑한 적이 있나요?"
미유키는 키쿠지를 격렬하게 몰아붙이지만 돌아오는 대답에 무너지고 맙니다. 후유카의 마지막 모습을 증언한 친정 어머니 앞에 무릅을 꿇는 키쿠지를 볼 때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후유카의 사랑을 알게 된 키쿠지는 징역 8년을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감옥에서 키쿠지는 후유카의 친정 어머니가 보낸 "사랑의 묘비명" 책을 받습니다. 그 안에는 키쿠지를 자신의 살해자로 지목하고 집을 나서는 후유카의 마지막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키쿠지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내게 원한 기간이 8년이라면 이곳에서 당신과 함께 있겠소."
우리는 일본을 "난잡한 불륜"의 나라로 치부합니다. 그러나 소설과 영화가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일본은 우리에 비해 너무나 순수합니다. 일본인들은 "실락원"을 흥행시켰고 우리는 쪽박을 차게 했습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일본인의 사랑과 우리의 사랑의 차이가 이것입니다.
우리는 "첫 눈"에 반하는 사랑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목숨"을 던지는 사람에게 박수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랑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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