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이야기
냉정과 열정사이
ebond
2008. 7. 11. 16:02
냉정과 열정사이
호들갑스럽게 시작된 정권교체로
한 해를 보냈지만
쥐뿔이나 달라진 건 없었다.
안녕하지 못한 우리들
노동의 기억들이
강물처럼 잠자리로 흘러들어
밤새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흥건히 고인 패배감으로
아침은 젖어 버리고
조합원을 등에 업었다는 미명아래
무지의 인간들에게 점령당한 굴욕적인
노동을 시작한다.
거리엔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가정을 지키려는 노동자의 꿈이 넘치고
공장엔 먼지 쌓인 기계들만
수북 쌓여 있고,
사무실엔 열정을 잃어버린 무력한 노동만이
책상을 지키고 있다.
두산중공업이나 농협이나
아니 두산에서 농협까지
무지를 목에 두른 인간이길 거부한 인간들에게 짓이겨진
노동운동이 보인다.
지금,
우리의 노동과 투쟁속엔
무릎 꺽인 희망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서지 않겠다던
푸르게 멍든 분노와
바람이 거셀수록
더욱 세차게 휘날리던
노동과 투쟁의 깃발
그 깃발을
폐기처분 해야 하는가?
지금.
아 어쩌란 말이냐?
이 굴욕감과 무력감을
이 패배감을...
노동조합의 한 간부로서 책무를 다 하지 못한 난
지금 찾아드는 수치심에 몸을 떨고 있다.
꿈을 잃어버린 농협 노동자들이여
왜 그대들은 노동자로서의 삶을 그리 쉽게 포기하는가?
그대들이 원하는건 구도자로서의 삶인가?
신산스럽고도 신산스럽다.
허하고도 무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