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언제나 그 자리에...

ebond 2008. 4. 28. 18:11

지난주는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애들(딸.아들)녀석의 시험기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주는 수학여행 기간이기도 합니다.
하여 지난 토요일 우리 네식구는 평소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대던 딸내미 녀석의 여행길 옷을 사러 남포동으로 나갔습니다.(이젠 컸다고 그러는지 제 엄마가 사다 주는 옷은 안 입을려고 합니다.)
2시쯤 부산에 도착하여 언제나 그렇듯이 국제시장 도로변 공영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종각집에 가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는 남녀로 갈려 각자 헤어졌습니다.
여자들의 쇼핑길에 따라 나서다 보면 왠지 지겹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잔소리도 주저리하게 되고...
이런 연유로 출발시부터 나름 합의(?)를 하였던 사항입니다.

집사람과 딸내미는 옷을 사러 길을 떠나고 저는 곧장 화미주미용실로 데려가 아들녀석의 머리를 깍이고 그리고 시간도 남고 딱히 목적지도 없는지라 아들녀석의 손을 잡고 무작정 길을 걸었습니다.

광복동을 거쳐 남포동으로 이내 충무동 초입 육교앞에 이르렀습니다.
육교만 건너면 제가 어릴적 다니던 초등학교인데, 어느새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 초등학교 운동장을 걷고 있었습니다.
교정은 주차장으로, 교실은 리모델링을 거쳐 서구청으로 변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30여년만에 직접 와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before

 

after

 

 

이리저리 둘러보다 서구청을 빠져 나와, 주변동네를 둘러 보았습니다.
예전 친구가 살던 집을 지나... 문방구가 있던 집을 지나... 

계절이 바뀌어도 길은 언제나...그 자리에 있고,
끝은 보이지 않아도 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단지 지나는 사람만 바뀔뿐... 단지 지나는 바람만 바뀔뿐... 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늘 생동하는 김해에 살다보니 느끼지 못하였는데, 나이를 먹어가는 부산의 옛동네를 바라보니 도시도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이 새삼 실감 났습니다.
이날따라 유난히 키 큰 바람이 불고 난 옛교정의 벤치에 앉아 잊혀진 이름과 잊혀진 얼굴들...
버려진 이름과 버려진 얼굴들...을 생각 하였습니다.
    
바람소리와 함께 제 귓가엔 언제부터인지 조동진의 "언제나 그 자리에"라는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ps. 학교와 지금의 서구청 사진은 예전 울학교 선배님이 찍은 사진입니다.